02. 옷입는 남자

LA여행 - 스트릿패션의 시작과 끝.

게이트키퍼 2023. 1. 7. 15:49

어렸을 적부터 스트릿패션에 관심이 많았다.하지만 스트릿패션의 시작이 어디인지. 스트릿문화의 이해가 없이 그저 아는 형이 입고다니는 아웃핏이 멋있어서, 영혼없는 소비를 하며, 그렇게 20대초반을 보낸듯 하다. 그러다가 휴먼트리의 설립과 LA발 브랜드의 국내 디스트리뷰션이 활발해지고, 그 즈음해서 나도 스트릿브랜드들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했던 것 같다.

요새야 도메스틱브랜드들도 너무 옷들을 잘 뽑아내고, 트렌디하지만 예전 내가 20대때인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거의 일본풍의 도메스틱(맵스트리라던가 바사라 라던가), 아메리칸 캐쥬얼 스타일로 전개해나가던 커버낫. 지금보면 뭔가 2프로 부족한듯한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 휴먼트리에서 전개하는 그런 미국브랜드들에 관심을 더 많이 가졌던 것 같다. 

거기서 피어난 LA에 대한 막연한 동경. 스케이트보드문화. 그들의 아웃핏이 쿨해보이고 멋있었다. 

스트릿 패션이라고하면 슈프림을 빼놓을 수 없고, 그 이전에는 스투시가 있었고 지금도 활발히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스트릿패션이 시작된 곳이 LA인데 그 곳을 몸소 방문하였으니 얼마나 감개가 무량한가. 

슈프림은 94년에 뉴욕에서 시작되었지만 제임스 제비아의 근본은 LA이고, 스투시의 시작도 CA이니 스트릿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도시를 궁금해하고 동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투시 입장도우미

서론은 차치하고 스투시 매장에서 입장을 도와주는 도우미(??) 저 흑인의 무심하고 불친절한 애티튜드조차도 용납해버리게 하는 그런 쿨한 문화와 개성있는 아웃핏이 스투시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 하다. 사실 저 흑인의 아웃핏하나만으로 저 사람은 여기서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그런 느낌. 나도 내 직업상 아웃핏에 신경쓰고 일을하는이유가 다  그런 맥락이다.

스투시 매장은 이미 뭔가 다 팔려나간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한마디로 살게 없었다. 오히려 건너편에 언디핏매장에 멋진 옷들이 많았지. 추억의 언디핏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아마도 휴먼트리가 없어진 이 후부터일테지만...

Supreme IN LA

일본에서는 방문해봤지만 미국은 처음이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매장의 규모가 작긴했다. 도쿄에서의 슈프림 매장은 이것보다 조금 더 규모있었지만 아마도 물건은 여기가 더 알찼던 것 같다. (그래도 두개나 구매를 했으니) 

여기또한 직원들의 4가지없는 애티튜드가 그저 용납할 수 있는 멋으로 다가온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한국에선 이러면 바로 컴플레인각! 하지만 아웃핏좋은 슈프림직원들이 말하니 그저 멋있다.

전세계 7개국에만 매장을 가지고 있는 슈프림이 올해 한국에 매장을 오픈하니 그 희소성이 조금 빛을 바라겠지만, 한사람의 소비자로써는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VF에서 이직제안왔을 때 왜 안갔을까... 그랬다면 슈프림에서 일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의미없는 한탄

멜로즈에비뉴에는 여러 스트릿브랜드들이 포진해있고, 관심없던 브랜드들의 재발견도 할 수 있던 곳이었다. 골프는 사실상 너무 비비드하고 컬러플레이를 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 때문에, 내가 여기 옷에 관심을 가질일이 있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매장 들어가보고 아 역시 사람은 편견을 가지면 안되겠다. 라는 걸 느끼게 해준 브랜드. 옷이 너~~~무 이뻤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핑계로 아이쇼핑만 하고 돌아섰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CHERRY 도 방문했는데, 그 희소성때문에 사고싶은게 많았지만 패스. 심지어 일본 도버스트릿마켓에도 물건이 별로 없는데 역시 LA발 브랜드답게 여기에는 모든 종류의 옷이 진열되어있었다. 직업적관점에서 가장 VMD가 인상깊었던 곳이기도 하다.

체리 키링 이츠 커여웡

여기는 언디핏매장. 뭔가 저밑에 자운드콜라보인지? 자세히 못본게 조금 아쉬웠던 매장.

많은 곳을 보고 많은 경험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계획없이왔지만 계획을 했어도 이렇게 많은 걸 느끼고 잘 돌아다닐 수 있었을까? 모든게 이렇게까지 신경써서 나를 케어해준 여자친구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고맙다. 많은 걸 보고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의미깊은 한해마무리. 평생 기억에 남을 LA여행 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방문하겠지만 이번 첫 방문만큼 의미가 크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한동안 스트릿브랜드들보다 기존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에 더 소비를 많이 했었다. (오라리라던가 후미토간류라던가) 근데 다시 스트릿패션에 관심이 가게 되기 시작한 여행. 뭔가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는 듯. 하지만 소비는 합리적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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